menu_book숲속의 코끼리처럼· 1

맛있는 걸 먼저 먹는 사람이 좋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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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맛있는 것을 늘 마지막에 남겨두는 사람이었다. 식사의 끝이 좋으면, 그 이전의 모든 순간도 괜찮았던 것처럼 느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. 중간에 조금 아쉬움이 있더라도, 마지막 한 점이 모든 기억을 덮어줄 것이라 생각했다. 그렇게 나름의 방식으로 식사를 마무리해왔고, 그 방식에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.

얼마 전, 어머니와 점심을 함께 먹었다. 초밥을 주문해 마주 앉아 천천히 먹고 있던 중이었다. 몇 점 집어 먹었을 즈음, 어머니가 문득 물으셨다.

“너는 맛있는 것부터 먹는 편이야, 아니면 나중에 먹는 편이야?”

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, 늘 그래왔듯 맛있는 것은 나중에 먹는다고 답했다. 마지막이 좋으면 전체가 괜찮아지는 느낌이 있다고, 그게 내 방식이라고 덧붙였다. 어머니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, 이내 조용히 말했다.

“엄마는 맛있는 것부터 먹어. 먹다가 배부를 수도 있잖아. 아끼다가 못 먹으면 너무 아쉽잖아.”

그 말은 짧았지만, 오래 남았다.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야기 같았다. 나는 늘 ‘어떻게 끝낼 것인가’에 집중해왔지만, 어머니는 ‘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’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.

돌이켜보면 우리는 종종 더 나은 마지막을 위해 현재를 미루며 살아간다. 조금 더 좋은 순간을 위해, 지금 당장 손에 쥔 작은 기쁨을 뒤로 미뤄둔다. 언젠가는 더 크게 웃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, 지금의 미소를 아껴두듯이.

하지만 식사처럼, 삶도 때로는 끝까지 가지 못할 수 있다. 배가 불러 더는 먹지 못하는 순간이 오듯, 어떤 순간들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버린다.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는다. 아껴둔 것이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.

나는 여전히 작은 행복들이 모여 큰 행복이 된다고 믿는다. 다만 이제는, 그 작은 행복을 굳이 미뤄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. 눈앞에 있는 것을 먼저 누리는 일,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은 괜찮아질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.

그래서인지 요즘은 가끔,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부터 먼저 집어 든다. 끝이 어떻든,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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